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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산티아고에서 꼭 먹어야 할 현지 음식들

by everything everyday 2025.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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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에 도착한 순간, 대부분의 순례자는 두 가지 감정에 휩싸입니다.
하나는 "드디어 도착했다"는 뿌듯함이고, 다른 하나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하지?"라는 낯선 여백입니다.

걷고 또 걷던 날들의 끝에서,몸은 지쳐 있지만 마음은 묘하게 평온해지고, 잠시 멈춰 앉아 조용히 식사를 하고 싶어집니다.
그 순간, 진짜 순례자의 보상은 성당 앞 사진보다 한 끼 식사에서 더 깊게 다가올지도 모릅니다.

산티아고는 갈리시아(Galicia) 지방의 수도이자, 바다와 산, 그리고 수백 년 순례의 역사가 공존하는 도시입니다.

그만큼 이곳의 음식은 단순한 요리 그 이상입니다.
바다에서 온 문어와 조개, 숲과 농장에서 온 감자와 채소, 수녀원에서 유래한 전통 케이크까지
이 모든 음식은 이 땅의 시간과 사람, 문화가 오롯이 녹아든 결과물입니다.

특히 긴 여정을 마치고 온 순례자들에게 이 음식들은 단순한 ‘먹는 행위’가 아닌,
스스로를 축하하고 위로하며 다시 회복하는 하나의 의식처럼 작용합니다.
힘겹게 걸어왔기에 자격이 주어지는 특별한 식탁, 바로 그 이야기를 지금부터 소개합니다.


1. 갈리시아의 상징, 문어 요리 ‘Pulpo a la Gallega’

 

 

 

산티아고 음식 중 단연 가장 유명한 것은 ‘뿔뽀 아 라 가예가’, 갈리시아식 문어 요리입니다.
살짝 삶은 문어를 감자 슬라이스 위에 얹고, 굵은 바다 소금과 파프리카, 그리고 올리브유를 뿌려낸 단순하지만 강렬한 요리입니다.

문어는 부드럽고 쫄깃하며, 담백한 감자와 어우러져 전통적이면서도 섬세한 감칠맛을 냅니다.
현지 사람들은 나무 접시에 담겨 나오는 이 요리를 빵과 함께 곁들여 점심 또는 저녁 요리로 즐기며, 순례자들 역시 도착 후 가장 먼저 찾는 음식 중 하나입니다.


2. 갈리시아의 깊은 향을 담은 지역 요리

🍞 Empanada Gallega (엠파나다 갈레가)

참치, 고기, 야채 등을 밀가루 반죽에 넣고 구운 갈리시아식 파이입니다.
오븐에 구워낸 얇은 껍질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며, 길 위에서 간단한 점심이나 간식으로 적합합니다.

🍲 Caldo Gallego (깔도 갈레고)

감자, 흰콩, 갓잎, 훈제 햄 등을 넣고 오래 끓인 갈리시아식 수프입니다.
추운 날씨나 비 오는 날 숙소에서 마시는 한 그릇은 몸뿐 아니라 마음까지 따뜻하게 해주는 맛이 있습니다.

🍖 Lacón con Grelos (라콘 콘 그레로스)

돼지 어깨살을 삶아 겨자잎, 감자, 갈리시아 소시지(치스토라)와 함께 먹는 전통 요리입니다.
짭짤하고 깊은 육향이 가득해, 고기 요리를 좋아하는 순례자들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 Set de Mariscos (해산물 모둠)

갈리시아는 대서양과 인접해 있어 해산물의 천국이라 불립니다.
홍합, 조개, 새우, 바닷가재, 문어 등을 소금물에 삶아낸 해산물 모둠은 단순하지만 진정한 미식 체험을 선사합니다.


3. 순례의 마무리를 장식하는 디저트와 와인

 

 

 

🍰 Tarta de Santiago (타르타 데 산티아고)

산티아고 대성당 앞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디저트이자, 도시의 이름을 딴 전통 아몬드 케이크입니다.
아몬드 가루, 설탕, 달걀만으로 만든 단순한 구성에, 표면에는 성 야고보의 십자가 문양이 슈거 파우더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씹을수록 고소하고 은은한 단맛이 퍼지는 이 케이크는 기념품으로도 인기가 많으며, 순례자라면 누구나 한 조각쯤은 손에 들고 사진을 남기게 됩니다.

🍷 Albariño (알바리뇨) 화이트 와인

갈리시아 지역을 대표하는 청량한 화이트 와인으로, 해산물 요리와 찰떡궁합입니다.
가벼운 산미와 과일 향이 입맛을 돋우며, 긴 여정을 마친 후 몸의 긴장을 풀어주는 데도 제격입니다.


✍ 마무리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의 식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일이 아닙니다.
걷는 동안 비워낸 감정과 생각을, 다시 채워주는 ‘보상의 식사’이자, 나 자신에게 주는 축하의 의미가 담긴 시간입니다.

매 끼니가 특별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순례를 마친 그날 저녁, 갈리시아의 맛을 음미하며 조용히 고개를 드는 그 순간,
당신은 그저 '한 그릇의 음식조차 깊은 위로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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